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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지만, 시작보다는 오히려 그 끝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인생을 놓고 봤을 때도 마지막에 떠날 때 어떤 모습인가가 결국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규정하게 된다고도 하더군요.

스포츠 스타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언제까지나 빛나기만 할 것 같던 그들이 결국 경기장을 떠나는 마지막 뒷모습을 보면 화려했던 전성기와는 달리 참 여러가지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보입니다. 어떤 이는 전성기의 성과에 취해 날로 쇠약해져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존재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비록 성적은 전성기만 못해도 나이가 무색하게 멋진 모습으로 장수하는 스타들도 있죠. 또 한가지 모습은 바로 오늘 이야기할 양신처럼 오랜 시간 스타플레이어로서 활약하다가 마무리마저 멋지게 장식하고 현역을 떠나는 경우입니다.

야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아마 양준혁 선수 만큼은 이름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바로 지난 9월19일 양준혁 선수의 은퇴 경기가 대구구장에서 열렸습니다. 요즘 자주 가보지는 못해도 나름 어설픈 야구팬이라고 할 수 있는 저도 이날 경기를 관람하러 다녀왔습니다. 추석연휴를 너무 퍼지게 쉰 나머지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게 됐네요. 


양준혁 선수의 은퇴경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야구팬들이 몰릴것으로 예상이 되긴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터넷 예매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서 간신히 예매를 했는데요. 경기 시작시간이 5시였지만 이미 전날 밤 부터 경기장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하는 소식에 오후 1시쯤 경기장으로 찾아갔습니다. 역시 이미 경기장 주변에 늘어선 줄이 상황을 말해주더군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텐트까지 쳐가면서 줄을 선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나름 예매를 했으니 괜찮겠지 싶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사람이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더군요. 입장개시가 3시 부터였는데 이미 새벽부터 줄이 이어졌고 앞쪽은 전날 밤부터 왔다고 합니다. ㅡㅡ;. 


유례없이 뜨거운 열기에 방송사들도 취재가 한창이었습니다. 


저희 일행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줄을 섰는데요. 따라가도 따라가도 줄이 이어져있더군요. 지나가다 보니 이렇게 귀여운 손피켓도..^^


간신히 맨뒤를 찾아 자리를 잡았는데 보시듯이 많은 사람들이 자리까지 깔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여기 입장줄에 자리를 확보해놓고 다시 저는 발권줄로 향했습니다. 예매한 사람들에게 발권하는 것도 이날 오후2시부터 시작했거든요. 발권을 위한 줄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ㅡㅡ;. 이거 아침에 왔어야 했는데..싶더군요. 앞에 줄 선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대구에 이처럼 야구팬이 많았던가...쩝.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줄을 서있으니 그제서야 이리저리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중에서도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많던데요. 반가운 선수들 이름이 많았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양준혁선수는 물론이고 삼성 최고의 스타 이만수선수, 한시대를 풍미한 투수 박충식까지 참 다양했습니다.


이날 상대팀이 SK였는데도, 롯데 유니폼도 제법 보이더군요. 역시 부산갈매기..^^. 요즘 워낙 날리고 있는 이대호 선수니까..인정..하하. 


경기장은 온통 양준혁 선수를 소개하는 현수막으로 가득했습니다. 양준혁 선수가 가진 통산 기록들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역시 대단한 선수죠. 최고의 타자 양준혁입니다.


이렇게 각종 선전 부스도 많았습니다. 양준혁 선수의 경기 모습이 담긴 액자가 즐비해서 기념사진도 찍는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인고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예매한 티켓을 받는 순간입니다. 아직 입장도 못했지만 왠지 뭔가 한고개 넘은 느낌..^^


짜잔..입장 티켓입니다. 이 순간 만큼은 정말 이뻐 보이는 티켓들이었습니다. 이날 암표가 7만원 선까지 돌았다는 소문이 있고보니 더 그랬던거 같네요. 이날 현장 예매가 3천표가 배정됐는데 이분들은 훨씬더 긴 줄을 서야 했죠. 


티켓을 받고도 한참 줄을 선 끝에 드디어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경기장의 객석은 앉을 자리조차 없더군요..ㅡㅡ;. 나름 일찍 온다고 왔는데. 역시 텐트족, 새벽족에 밀려..흑.


빈자를 찾아 헤매이는 사이 어느 관중의 등짝 글씨가 저를 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결국 한참을 헤매였지만 앉을 자리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허탈함. 꽤 이르게 입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먼저 들어와 일행들 자리를 맡아두는 관중들이 제법 있어서인지 도저히 앉아서 볼 형편이 안됐습니다.


그 와중에도 경기는 시작됐습니다. 이날 시구는 양준혁 선수의 아버님이 맡아주셨더군요. 타석에는 양준혁 선수가 나왔구요.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흐린날씨에 슬슬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양준혁 선수의 은퇴 경기라 삼성팬들이 대다수였지만 역시 상대팀인 SK팬들도 빨간옷을 맞춰입고 꿋꿋하게 응원을 하더군요. 좀 얄밉더라는..ㅎㅎ. 


양준혁 선수는 이날 1루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2~3회가 지날때마다 우익수, 좌익수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팬 서비스도 해주는 센스...^^. 


드디어 삼성 공격시작, 멋진 투구폼에 멋진 타격 폼이죠..ㅎㅎ


이쯤에서 어렵사리 한자리 차지한 울 애기 한컷..ㅎㅎ. 저는 경기 끝날때까지 서서 봤지만 다행히 한자리 잡았답니다. 뒷자리 언니오빠들이 먹을 걸 자꾸 줘서 경기는 관심이 없어졌네요. ^^. 


요즘 야구장 가면 늘 느끼지만 여성팬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예전엔 주로 남자들인데다가 술먹고 헤롱대는 모습도 많이 보였는데요. 요즘은 상당히 깔끔해지기도 하고 이렇게 예전 삼성 유니폼까지 차려입은 멋진 여성팬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가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양준혁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역시 듬직합니다. 


관중들은 그 어느때보다 양준혁 선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열심히 응원중입니다. 

우익수 수비로 나서자 나름 가까이에서 보이더군요. 연습볼도 관중석에 자주 던져주면서 인사도 해줍니다. 그러자 관중들은 모두가 양준혁!양준혁!을 외쳤구요. ^^. 가까이서 보니 역시 머리는 좀 크더라는...ㅋㅋ


5회가 끝나고 경기 중간에 잠시 쉬면서 이렇게 은퇴식이 진행됐습니다. 수많은 꽃다발에 파묻혀 수많은 사람들의 인사를 받고 그동안 양준혁 선수의 선수생활을 소개하는 영상도 보여주고 삼성에서 준비를 나름 많이 했다 싶었습니다. 


제가 서있던 위치가 외야라 좀 먼거리이긴 했지만 관중들도 행사장과 전광판을 번갈아 보며 함께 했습니다. 


온 경기장이 양신을 중심으로 하나가 됐네요. ^^
뒤이어 경기는 계속 됐지만 결국 삼성은 김광현의 호투에 밀려 경기는 지고 말았습니다. 아쉽게도 양준혁 선수는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구요.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우리가 그거 보러 온건 아니잖아요..ㅎㅎ. 왜들 그러세요. 양준혁선수 홈런볼 하나 못받아본 사람처럼..ㅋㅋ. 


경기가 끝나자 본격적인 은퇴 기념식이 이어졌습니다. 경기장엔 대형 애드벌룬이 띄워졌고 간이 무대도 설치 됐습니다.


드디어 양신의 등장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카퍼레이드가 시작됐습니다. 경기장 가쪽을 돌면서 관중들과 가까이에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표정 재밌죠..ㅋㅋ


이와중에 한 관중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으로 난입(?) 했다가 끌려나오고 있습니다. 훌리건을 연상시켰지만 벌거벗지도, 과격하지도 않은 애교였답니다. ^^


양신의 가까운 친구, 동료, 가족 부터 대구의 각 분야 주요 인사들이 한명씩 나와 양신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삼성구단 측에서는 이날 경기 입장수익을 양준혁 선수에게 전달했는데요. 3천만원이더군요. 대단하죠. ^^. 양준혁 선수는 미리 이 수익에 자신이 그만큼 더 보태서 기부할 뜻을 밝혔었습니다. 앞으로 유소년 구단과 경기장 건립을 준비 중이라니까요. 정말 스타다운 그릇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은퇴를 아쉬워 해서인지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부터 조금씩 내리더니 은퇴기념행사가 진행될 수록 빗줄기가 거세지더군요. 그럼에도 자리를 뜨는 관중은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관중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미리 나눠준 불꽃막대나 라이터로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날 폭죽도 참 많이 쏘더군요. ^^. 역시 이래야 축제 분위기가 나죠. 주변 동네분들은 조금 시끄러웠을 듯 합니다. 그래도 머 이해해주시겠죠. 


오늘의 하이라이트 양준혁 선수의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대형 유니폼이 등장하면서 안내멘트를 통해 영구결번이 선언됩니다.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가 아닐까 싶네요. 근데 저 유니폼은 행사 끝나고 어떻게 처리됐을까요,..ㅋㅋ


지금까지 양신, 양준혁 선수의 은퇴경기와 은퇴기념행사를 보셨는데요. 한시대를 주름잡은 대형 야구선수, 우리나라 야구역사에서도 독보적인 기록들을 홀로 독차지하고 있는 양준혁 선수는 이렇게 현역에서 떠났습니다. 
양신은 경기에서만이 아니라 선수협의회 등 경기 외적으로도 야구에 모든 정성과 헌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될 것입니다. 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선수, 언제나 1루로 달리는 모습을 기억해 달라는 그의 말처럼 오랫동안 야구팬들에게 최고의 선수로 남아있을 겁니다.

사실 이날 예매를 하고도 여러시간 줄을 서고 경기도 서서 봐서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지만, 그 순간을 함께 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지도자, 코치, 감독으로 꼭 경기장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장에서도 상영됐던 기념영상을 함께 감상하시죠. 그리고 양신, 양준혁 선수는 알려졌다시피 좀 수다쟁이라죠. 트위터 하시는 분들은 팔뤄하시면 그의 수다를 경험하실수 있습니다. ^^. (트위터아이디 @slio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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