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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버스를 탔습니다. 평소 차를 가지고 다니는 시간이 많지만 가능하면 버스를 이용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가는 동안 책도 읽을 수 있고 술자리라도 있는 날이면 역시 대중교통이 가장 편하죠. 

그런데 이날따라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꽤 더웠던 날씨 탓에 뜨거운 도시를 식혀주는 비가 반갑기도 했지만 갑작스런 비에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곤란해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버스를 타는 발걸음들도 웬지 바빠지고 서두르게 됐습니다. 버스에 오르면서 우산도 접어야 하고 물도 튀기고 괜히 짜증나기도 쉽죠. 

그렇게 버스를 오르는데 운전 기사분이 차를 오르는 승객 한사람 한사람마다 인사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일단 분주하던 발걸음에 버스카드를 센서에 갖다 대면서 얼떨결에 "안녕하세요" 라고 함께 인사를 하게 되더군요. 솔직히 이렇게 올라서는 승객 모두에게 인사하는 운전기사 분은 처음이었거든요. 



어쨌든 그런가 보다하고 자리에 앉아서 책을 한권 꺼내들었습니다. 차에는 마침 승객들이 그리 많지도 않아서 조용한 분위기 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있으니 운전기사분이 안내방송을 하더군요. 

"이번 정류장은 ○○○○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이구요. "

뭐 가끔 정류소를 직접 안내하는 분들을 못본건 아니지만 올라설때 인사를 나눈터라 더 관심있게 들었는데요. 매 정류장마다 일일이 육성으로 안내방송을 하시더라구요. 참 괜찮은 운전기사 분이구나 하면서 계속 가는데 저만이 아니라 웬지 승객들이 모두 운전기사분을 쳐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와중에 한 아주머니가 기사아저씨에게 

"기사 아저씨, 버스에 선풍이 좀 틀어주이소"

아마도 에어컨을 좀 틀어달라는 이야기였을텐데요. 기사아저씨는 넉살좋게 

"이 차에 선풍기는 없는데요. ^^"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아까 어떤 승객분이 춥다 하셔서 껐는데요. 다시 켜드릴께요"

별것 아닌 대화였지만 웃으며 건네는 말한마디에 승객들은 모두 괜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거기다 이 버스운전기사 아저씨는 매 정류장마다 안내만하는게 아니라 내릴때마다 승객들 한명한명 인사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안녕히가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승객들이 잘 내리는지 끝까지 일일이 지켜보고 출발하시더라구요. 

버스에 탈때부터 내릴때까지 버스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리는 승객 누구나 기사아저씨에게 인사한마디 안건네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멋쩍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네 감사합니다. " 정도였고 어떤분은 "네 덕분에 잘 타고 왔습니다라며" 웃는 얼굴로 내리기도 했답니다.

사실 하루 종일 운전하다보면 매번 저렇게 인사하고 안내방송하는게 쉬운일이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이 한두사람도 아닐뿐더러 한번 지나치면 다시는 볼일 없다 싶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친절한 운전기사 아저씨 한분이 이 버스를 타는 모든 이들의 하루를 밝고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비오는 날 이렇게 재밌는 버스를 탄게 참 행운이었단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버스를 내리자마자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버스가 떠나는 보습을 찰칵... 버스안도 그렇고 폰으로 찍기도 하고 비가와서 화질은 별루지만...꼭 기억에 담아두고 싶네요. 


참 제가 탓던 버스는 대구시내버스 중 706번 버스였습니다. 운송회사가 [우리교통]이던데요. 기사아저씨 성함이 이승진 기사님이더군요. 사진을 캡쳐해볼까 하다가 내릴때 승객들이잘 내리는지 계속 쳐다보셔서 차마 못찍었답니다. ^^. 

이런 작은 마음 씀씀이가 하루를 즐겁게 합니다. 모두들 오늘도 만나는 사람마다 즐겁게 인사 한마디 아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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