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더위가 이어지면서 저의 영화 피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극장만큼 시원한 곳도 없드라구요. ^^ . 며칠전엔 드디어 여름 영화가의 공포영화들 중에서도 극단적 잔인함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습니다.  


주로 잔인함 때문이지만 제법 화제가 되고 있어서 그런지 리뷰도 꽤 많이 나오고 있던데요. 오늘도 역시 저만의 생각을 몇자 옮겨보겠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제 생각엔 영화를 보실 분들도 별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이름값은 얼마?

우선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이미 유명감독인 김지운 감독에다가 우리나라 최고라 불릴만한 두 배우, 최민식과 이병헌이 만나 만들어낸, 그 이름만으로도 누구든 기대를 가지게 하는 영화입니다. 최근에 개봉예정인 헐리우드 영화 [익스펜더블]같은 경우 주연급의 스타들이 떼거지(?)로 나오기도 합니다만,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감독이나 배우가 그리 많지 않은게 사실이니까요. 
이름값이라 하고보니 두 배우의 개런티가 살짝 궁금해지는데요. 어쨌든 정작 영화는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두 배우와 감독의 이름값을 하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가 부족했냐고 한다면 뭐 딱히 지적할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각각의 배역에 잘 녹아들어가 혼신의 연기를 했다고 하는게 맞을 거 같네요. 하지만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도 영화가 꼭 성공할 수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연쇄 살인범으로 나오는 최민식은 역시나 최민식이구나 싶게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쌍소리를 남발할때는 약간 어색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건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깊이가 만들어낸 선입견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최민식의 이런 연기는 뭐랄까 수채화 배경위에 그려진 유화 같은 느낌입니다. 그만큼 뭔가 밑그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죠.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잔혹성, 그런데 왜?

뭐 워낙 잔혹성으로 이름을 떨치는 영화라 이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영화는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쉬지않고 쑤시고, 자르고, 선혈이 낭자합니다. 연쇄 살인범인 최민식이 행하는 범죄에서만이 아니라 이병헌이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도 폭력과 잔인한 장면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김지운 감독은 여러장르를 독특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감독입니다만, 호러에 가까운 영화를 만드는데 특히 많은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코믹잔혹극이었던 [조용한 가족]부터 스타일리쉬한 공포영화로 인상깊었던 [장화, 홍련], 그리고 옴니버스 공포영화라는 독특한 구성까지 보여준 [쓰리]까지 김지운의 필모그라피에서 공포, 잔혹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관객은 단순히 잔인한 장면을 보기위해 극장을 찾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스타일리쉬하게 포장되든, 액션의 화려함에 수반되는 잔혹함이든,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로서이든 영화속에서 자기 역할을 통해 한 축이 되어야 합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의 잔혹함은 이런 점에서 주종이 뒤바뀐채 이슈화 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시말해 영화속 잔혹한 장면들이 왜 그래야 했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처음 최민식이 이병헌의 약혼녀를 살해하는 장면 이후 갈수록 잔인한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심하게 말해 그저 관객을 불쾌하게 만드는 요소로서 기능할 뿐입니다. 물론 이마저 감독의 의도였다면 할말이 없지만 이런점이 영화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건 분명합니다. 


자극적 장면들에 가려진 헛점들

뭐 일단 많은 장면들이 자극적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긴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관객들은 다큐가 아닌 영화를 보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텔링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럴테지만 저역시 아무리 스타일이 멋진 영화더라도 내러티브가 무너진 영화는 박수를 칠 수 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병헌은 연쇄살인범이자 자신의 약혼녀를 죽인 원수 최민식을 너무도 쉽게 간단히 찾아냅니다. 국정원과 경찰의 정보력, 레벨 차이인 걸까요. 4명의 용의자를 오히려 먼저 용의 선상에 두었던 경찰들은 코빼기도 안비추다가 온갖 상황이 다 벌어진 후에야 뒷북을 칩니다. 그래서일까요 자신을 추적하는 이들을 따돌리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이는 최민식은 그럼에도 너무나 자유롭습니다. 
이밖에도 여기저기 이해가 안되는 구석들이 꽤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민식이 여성들을 잡아 살해하고 토막내 여기저기 버리는 것부터가 이해불가입니다. 사이코패스들은 그렇게 어리석지가 않습니다. 그 밖에도 뻔히 추적의 실마리가 되는 것들은 너무도 편하게 흘리고 다닙니다.
이런 헛점들이 잔혹한 장면의 자극속에 가려질지 모르지만, 관객들은 그 매 순간 '어 이건 왜?'하면서 풀지 못한 숙제를 짊어지고 가게됩니다. 


악마를 보는 게 불편하기만한....

과연 악마는 누구일까? 인간의 내적 악마성에 대한 고찰? 뭔가 인간에 대한 탐구심 가득한 감독의 의도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합니다. 하지만 [악마를 보았다]는 저에게 그저 불편하기만한 영화였습니다. 무섭다기 보다 그저 눈쌀찌푸려지는 장면들은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나 스토리 전개의 궁금함마저 밟아버립니다. 

결론적으로 근래 보기드물게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졸작은 절대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두 주연배우의 열연과 새로운 장르로서의 시도, 나름 의미부여할 수 있는 것들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보기엔 추천해서 누군가에게 보라고할 자신은 없군요..ㅡㅡ;. 

조만간 좀 유쾌하고 명확하고, 짜임새 있는 영화를 봤으면 싶은데요. 
어떻게 추천좀 해주시렵니까^^


 ☜ 제 글을 편하게 보시고 싶으신분은 여기를 눌러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