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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지 꽤 됐습니다만, 얼마전에야 영화 이끼를 봤습니다. 주로 극장을 갈땐 아내랑 같이 가는 편인데요. 마침 아내가 다른 지인들이랑 먼저 보는 바람에 개봉한지 한달쯤 지나서야 혼자서 보게 됐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태어나서 혼자 극장간게 이번이 두번째네요. ^^. 영화를 제대로 몰입해서 보려면 혼자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의 영화 리뷰도 역시 스포일러는 없으니 안심하고 보셔도 될듯...(벌써들 다 보셨나요..ㅎㅎ)


이미 영화에 대해 많이 알려진 터라 더 자세한 소개는 별루 필요없을 것 같긴 한데요. 간단히 짚어보자면 [실미도], [공공의적]시리즈로 흥행감독의 자리는 물론 독특한 영화 스타일을 보여준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구요. 거기다가 이름만으로도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개성과 연기력의 대명사인 정재영, 박해일, 유해진 등 쟁쟁한 배우들이 전면에 등장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기대에 충분히 기름을 부어주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가장 중요한 하나를 더 보태야 하는데요. 바로 원작이 만화라는 것입니다. 다음(daum)에서 연재한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 '이끼'가 바로 그 원작만화입니다. 본격 한국식 잔혹스릴러라는 기치를 내건 웹툰 '이끼'는 사실 이미 영화화 이전에 엄청난 인기를 누린 유명작품입니다. 개성있는 그림체, 탄탄하면서도 깊이있는 스토리로 인해 벌써부터 영화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원작만한 영화는 없다?

원래 웹툰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마침 '이끼'는 보지 못했던터라 영화를 보자마자 챙겨서 보게됐습니다. 영화 때문에 만화를 봤다고 하는게 정확하겠군요.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영화를 볼때까지 웹툰 '이끼' 감상을 미뤄뒀습니다. 
아시겠지만 원작을 먼저보고 같은 원장의 영화를 보는 게 보통은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영화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려면 아무래도 원작을 본뒤 가지게 되는 디테일함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보는게 좋더군요. 제 경험으로는 원작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던건 '반지의 제왕'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단 영화는 전작에서 보여줬던 강우석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이전까지 비교될 만한 한국영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 장르라고 할까요,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영화팬들이 의외로 많던데요. 그래서인지 흥행성적도 괜찮은것 같습니다. 

나름 만족스런운 영화

기본적으로는 기대했던데로 주연부터, 조연까지 배우들의 연기는 누구하나 나무랄 구석이 없었고 실제로 직접 지었다는 마을 전체 세트장 부터 꼼꼼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입니다. 구석구석 약간씩 스토리에서 헛점이 보이는 것 같았는데 뭐 조금 눈감아준다면 스토리구성도 나름 좋았구요. 이정도면 후한 점수를 줘도 좋은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뭐랄까요 역시 만화가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영화가 전체적으로 만화같다는 느낌은 좀 들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느낌이랄까 디테일한 구석구석에 신경을 많이 쓴것 같기도하고 마을을 세트로 구성한 장소와 배경 때문일 듯도 하네요. 


그런데 영화를 본후 원작 웹툰을 보고나니, 역시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던 스토리상의 구멍들이 원작을 보면서 아하..싶은 부분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인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느껴지는 긴장감도 역시 원작쪽이 더 강했습니다. 예상했듯이 미리 원작을 봤더라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상당히 반감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과 영화, 따로 또 같이

또 원작과 거의 같은 스토리 라인입니다만, 내용상의 시간순서가 원작과는 달리 거의 시간의 진행순으로 된 점이 영화와 만화와의 차이였는데요. 영화는 시간의 흐름순으로 진행되면서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동안 관객들이 머리아플까봐 염려한 것인지 어쨌든 편하게 볼 수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제 생각엔 극적 긴장은 좀 줄지 않았나 싶네요. 

무엇보다도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느낀점은 바로 완벽한 싱크로율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언급하셨듯이 영화는 원작 만화를 그대로 영상에 옮긴 듯 비슷한 비쥬얼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인공인 박애일은 원작의 주인공 유해국을 그대로 살려낸 느낌입니다. 단순히 비주얼이 아니라 배우가 가진 아우라 자체가 참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미 원작이 나왔을 당시에도 많은 분들이 주인공은 박해일이 단박에 떠오른다는 분들도 많았다고 하는군요. 역시 박해일, 느낌있는 배우입니다. ^^. 
박해일 뿐만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외적인 이미지는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그 느낌이 원작과 상당히 유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완벽한 카리스마 노인연기를 보여준 정재영의 경우도 시크함에서는 약간 뉘앙스가 달랐지만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더군요. 
여기에 또하나의 싱크로를 보여주는게 바로 마을모습입니다. 만화속 풍경을 그대로 꺼내놓은 듯한 마을 배치와 건물들의 외연은 혀를 내두릅니다. 원작의 특성상 이 마을의 풍경이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요. 이를 적당한 장소를 타협해서 찍지 않은게 참 다행스럽더군요.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게 바로 대사와 장면연출입니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보든, 원작을 먼저 봤든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요. 중요하거나 인상깊은 장면의 화면구성이나 색감, 대사가 원작과 영화가 거의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특히 간단한 말 몇마디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마을 이장의 대사와 단독 샷 장면은 역시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니다. 


실제로 원작 웹툰을 본 후 이런 점이 참 궁금했는데요. 나름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작가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런 저런 의견들을 많이 반영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원작을 창조해낸 작가가 이런 방식으로 영화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애정을 보인다면 영화도 좀더 완성도 있게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판권만 받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영화 감독 같은 만화가 윤태호

물론 윤태호 작가의 경우 워낙 그림체라든가 화면구성이 영화를 옮겨 놓은 듯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스타일이라 더욱더 이렇게 영화화 과정에서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제가 제목에 넣은 것처럼 정말 영화 같은 원작 만화를 영상으로 제대로 옮겨낸, 만화같은 영화를 창조해낸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강우석 감독의 꼼꼼하고 완벽한 예술적 창조가 있었겠죠. 

마지막으로 어느 한쪽만을 보신 분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영화의 결말이나 모든 스토리 구성이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선입견을 갖지 않고 보는게 가장 기본적인 감상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영화를 보기전 주변의 아는 사람이 던진 한마디 때문에 괜히 영화 끝날때 까지 의문만 가지다가 영화가 끝나버렸답니다. ㅡㅡ;. 딱히 스포일러도 아니었는데 제가 지레 짐작으로 온갖 시나리오를 그렸거든요..쩝.

곧 9월인데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데요. 시원한 극장에서의 피서 어떠세요. ^^.  

※ 본 포스팅 속 사진 자료 출처는 Daum 영화 소개 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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