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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만의 야간집회

어제(7월1일)가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뭐 기념일 같은건 아니구요. 바로 48년만에 야간집회가 합법적으로 보장된 날입니다. 제목에는 허용이라고 넣어놨지만 사실 허용된게 아니라 그동안 얼토당토않게 집시법으로 야간집회를 불허했던 조항이 위헌결정으로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합법화 된 것입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6월 한달간 신고된 7월 야간집회는 전국적으로 3400여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위헌결정 후 개정 시한이 6월말까지여서 7월부터 야간집회가 가능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경찰측은 이들 중 90% 정도가 다른 단체가 집회를 벌이지 못하도록 집회 장소를 선점하려는 '방어집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전국에서 3400건의 집회가 개최된다면 정말 볼만할텐데 말이죠.^^ 어쨌든 서울의 경우 어제 야간집회를 열겠다며 각종 단체에서 80여건을 신고했습니다만, 이날 실제 열린 야간집회는 3건 뿐이었습니다.


대구에서도 어제 첫 야간집회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최근 대량징계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지키기 였습니다. 첫 야간집회이기도 하고 여러 공연과 함께 하는 촛불문화제 형식이라 오랜만에 온가족이 출동을 했습니다. 


저녁7시부터 시작된 촛불문화제의 정식 명칭은 보시는 것 처럼 "전교조,공무원노조 지키기 대구시민 촛불문화제"입니다. 제목 그대로 딱딱한 집회가 아닌 촛불문화제여서인지 각종 재밌는 공연이 많았는데요. 보시는 건 삽을 이용한 뭐랄까 율동입니다. ㅎㅎ. 교사 몸짓패분들이라고 합니다. 다들 몸이 상당히 가볍더군요. 전 어깨만 들썩들썩..^^.


"참교육 선생님, 지켜주세요"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풍선입니다. 뒤쪽엔 "청백리 공무원들을 지켜주세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번 전교조, 공무원노조 대량 징계에 발단이 된 민주노동당 후원 때문이겠지만 민주노동당 당대표인 강기갑 국회의원이 대구에 오셨군요. 늘 티비를 통해 봤듯이 트레이드 마크인 두루마기에 수염 때문에 한눈에도 알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역시 강달프라 불릴만 합니다. ^^


현 정부는 지방선거가 한창이던 5월 전국의 교사 183명을 파면 또는 해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교사들이 정당을 후원해 정당법 위반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법을 통해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징계발표를 하면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우선 관련 법률을 통해 처분이 내려지지도 않은 그저 혐의사실만으로 징계를 내리는 것도 문제구요 그보다 교육청 권한인 교사 징계를 정부에서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고 교육청을 압박하는 것은 정당한 절차가 아닙니다. 게다가 징계권자인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밀어 부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악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번 징계로 교단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는 교사 중에는 단 2만원의 정당 후원때문에 징계대상이 된 분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씩 현 집권정당에 후원을 한 교장 등 고위직 교사들은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죠.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우리 식구들입니다. ^^. "어이..애기 어디보는거야...ㅎㅎ. "


저녁시간이었음에도 오랜만에 많은 분들이 촛불문화제에 참가했습니다. 날씨도 더웠지만 모두들 열띤 분위기 입니다.


대구 시내 중심가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각 진보정당분들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탄압의 부당함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깔끔한 피켓도 눈에 잘 띄지만 손으로 쓴것으로 보이는 조금은 어설픈 아래쪽 피켓도 나름 좋은 것 같습니다. ^^ 


한쪽켠에서는 지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습니다.


날이 어둑해지고 드디어 곳곳에서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역시 촛불하면 늘 그렇듯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억울하게 죽은 효순이미선이를 추모할 때와 재작년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의 물결이 가득할 때가 떠오릅니다. 작은 촛불이지만 참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여러 공연이 이어졌는데요. 다른 지역에서 오신 한 극단분들이 재밌으면서도 이날 자리의 주장을 잘 담아낸 무대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춤과 노래, 연극이 함께한 공연은 연신 참가자들과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습니다.


촛불문화제의 막바지쯤 한 여성분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 아이의 부모로서 선생님들에 대한 마음과 이번 사태에 대한 뜨거운 항의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참교육을 하고자하는 교사들이 이대로 교단에서 쫒겨나면 결국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들이니까요. 부모님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이번에 징계대상에 오른 해임, 파면 당사자인 교사들 모두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요즘 가장 하루하루가 힘들게 견뎌내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선생님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건으로 전국적으로 183명이 징계를 받게되는데요. 그중 23명이 대구분들이라고 합니다. 다른 지역은 새로 당선된 교육감들이 법을 통한 처리를 우선 지켜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만, 유독 대구 등 몇 시도만 징계를 강행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다른나라의 경우 공무원이나 교사들이 정치활동, 정당후원을 하면 안된다는 규정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똑같이 세금내고 한사람의 국민들로 살아가는 교사분들에게 지나친 제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야간집회가 허용된 이후 처음 가진 촛불문화제를 전해드렸는데요. 아직도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야간집회를 제약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하려고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48년만에 다시 찾은 야간집회권한, 정말 제대로 힘을 모아서 꼭 막아내야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셀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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