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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팅한 단오제 행사를 마치고 난 다음날 그니까 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평일을 좀 낭창하게 보내서인지 토요일 하루 행사로 몸이 꽤 고단하더군요. 근데 마침 또 다른 행사 도우미로 참가할 일이 있었습니다.

난장

바로 저희 동네 곳곳에서 예술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모여 여는 '예술마당 난장'이라는 행사인데요. 일년에 두어번 주로 청소년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만들기와 예술을 통한 놀이 마당을 펼쳐지는 독특한 행사입니다. 아마 글만으로는 잘 연상이 안되실텐데요.


보시는게 뭘까요. 바로 지구입니다. 나무틀에 대나무를 대서 지구본을 만들구요. 이 지구 표면을 다양한 재료로 꾸미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나름 지구에 대한 생각도 다시해보는 코너 되겠습니다. 물론 지구가 자꾸 굴러다녀서 쫒아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ㅎㅎ.


요건 보시다시피 예전에 쓰던 펌프입니다. 손으로 휘저어주면 아래쪽의 물이 뿜어져 올라오게되죠. 다들 본적은 있지만 직접 써본 경우는 별로 없으실 듯 합니다. 처음에 물을 한바가지 부어 주어야 물이 올라오죠. 처음 해본 아이들이 마냥 신기해합니다. ^^.

하여간 이렇게 다양한 소재와 아이템으로 예술과 생활, 문화를 체험하는 참 재밌는 행사가 바로 '예술마당 난장'인데요. 문제는 이날 행사장 여러 코너 중 한곳에서 발생했습니다.


보시듯 행사가 진행 중인 저희 동네 한 공원에 요렇게 모래를 깔았습니다. 거기다 삽도 몇자루 놓여졌는데요. 모래밭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너도나도 삽을 차지하고 삽질(?)에 열심이더군요.


이 코너는 아이들이 모래를 여러가지로 재밌게 이용하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실은 현재 정부가 펼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코너였습니다. 4대강을 파헤치는 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행사라고 할 수 있죠.


생각보다 아이들이 삽질을 참 잘 하더군요...ㅎㅎ. 모래밭 위에 꽂혀있는 바람개비가 뭔가 할말이 있어 보입니다. 멈춰있는 듯 보이지만 당장 쌩쌩 돌아갈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삽질 코너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였습니다. ㅡㅡ;.


바로 옆에서는 이렇게 현재 4대강 사업의 현장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대구를 지나는 4대강인 낙동강이 마구잡이 준설공사로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강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오니(오염된 토양)들이 마구 퍼올려져 정말 난리도 아니라고 합니다.


날씨가 매우 더웠음에도 마침 공원을 찾은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답니다.


문제는 행사가 정리될 무렵 발생했습니다. 원래 이 코너는 말이죠. 찾아온 아이들이 삽을 들고 모래를 퍼담아 작은 자루를 하나씩 만드는 코너였습니다. 아이들이 체험도 하고 자연도 느끼고 더불어 주최측에서는 깔아놓은 모래도 원상태대로 치우는 방식이죠. 모래가 양이 제법 많아 그냥 치우기가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너를 진행하는 분이 마지막 단계를 잊고서 모래를 그대로 둔체 코너 운영을 정리해버린 것입니다. ㅡㅡ;. 다른 행사장 각종 설비들을 모두 힘겹게 치우고 와보니 모래가 한가득 그대로 바닥에 쌓여 있는게 아니겠습니까..음냐..

결국 다들 한마디씩 군시렁 거린후 삽질을 시작했습니다. 저녁 먹고 산책 나왔던 아는 선배까지 붙들어 놓고 삽을 쥐어줬습니다. ㅡㅡ;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왔지만 역시 직접 삽질을 해서 치워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행사장으로 공원을 빌렸기 때문에 원상복구하는것도 참 중요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모래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ㅡㅡ;. 인간의 힘이란게 얼마나 미천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코너를 정리하고 모래앞으로 모였을때 이미 날은 어두워진 상태였습니다. 다들 하루종일 행사 진행하느라 피곤한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낮시간엔 아이들의 체험과 놀이의 도구였던 삽들이 이젠 제대로 노가다의 도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흔히들 쓸데없는 짓을 하면 '삽질한다'는 표현을 하죠. 야밤에 하는 이 삽질이 정말 진정한 삽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꽤 긴시간을 열심히 삽질을 하고 화물차로 몇차례나 옮긴 끝에 '야간 삽질'은 끝이 났습니다. 다른 전체 행사장 정리하고 짐 옮기는 것보다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ㅡㅡ;.. 그래도 역시 몸으로 뭔가를 해서 끝을 보니 마음은 개운하더군요..ㅎㅎ.

처음 모래를 붓고 놀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대책없이 일을 벌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생하게 되는지 깨닫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모래로 표현하고자 했던 4대강 사업은 이 모래무더기에 비해 얼마나 큰 국책사업입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국민들이 반대하고 환경을 헤치고 심지어 목숨까지 던져가며 안된다고 하는데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MB정부가 정말 다시금 절실하게 우려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부디 강이 그대로 흘러가게, 후손들에게까지 폐가 되고 해가 될 4대강 사업이 지금이라도 중단되길 기원해봅니다. 

에구...허리야.....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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