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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았던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치권에는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놓고 야당은 내각총사퇴를 요구하며 국민들의 심판에 여당이 좀더 쇄신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반성의 목소리를 여러곳에서 내놓고 있지만 어째 뽀족한 변화는 딱히 짚히지 않는 형국입니다. 

느닷없이 정치 평론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지방선거 국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구 최초의 주민발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지방선거 결과가 당장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의문을 가지는 분도 많을 텐데요. 현재 대구광역시 의회에 계류중인 학자금이자지원조례를 보면 우리의 한표가 참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조례라는 것은 국회에서 법률을 만들 듯이 지방 자치단체가 해당 지자체에서 적용되는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구시의 조례는 당연히 시의원들이 시의회에 모여 만들고 이를 대구시 행정에 적용하는 것이죠. 
그런데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해당 지자체의 의회에서 하도록 되어 있지만 발의 만큼은 주민들의 서명으로 가능하도록 법제화 돼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주민발의 제도입니다. 해당 지자체의 만19세이상 유권자의 1%의 동의를 받으면 발의가 가능합니다. 대구의 경우 이 숫자가 대략 2만명이 좀 넘습니다. 
그런데 말이 2만명이지 주민번호까지 기제해야되는 까다로운 서명절차를 통해 2만명이 넘는 서명을 받는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도 주민발의를 통해 조례가 제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5월말부터 대구의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주민발의가 진행됐습니다. 바로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시 이자를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학자금이자지원조례인데요.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만이라도 지원을 하면 좋겠다는 발상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서 제정되 시행되고 있는 조례입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대구시에서도 대학생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열심히 서명을 받았습니다. 정부에서 내 놓은 취업후상환제라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대출지원제도 때문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만, 기한이었던 6개월을 거의 다 지나고서야 결국 지난해 말 서명 인원을 다 채우고 올해 초 드디어 대구시의회에 정식으로 주민발의가 접수됐습니다. 

그런데 어이 없게도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주민들의 서명을 통해 발의된 조례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대구시에 예산이 없다느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처리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원하는 이자 비율 등 현실적인 조정을 하더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발의자들의 의견에도 아랑곳 않고 의회 계류 안건으로 방치해버린 것입니다. 
시의회 앞에서 항의 집회도 하고 3보1배며 수없는 기자회견과 항의 방문을 했지만 결국 시간을 끌고 끌어 지방선거 국면으로 들어오게 됐고 오늘까지도 처리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유권자 2만명(실제 서명자 3만명)의 요구를, 그것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묵살해버린 셈이니 말입니다. 그것도 거의 같은 내용의 조례가 이미 다른 타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조례가 통과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유독 대구시의회만 왜 이러는 걸까요.

사실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대구 바닥에서 유권자의 목소리는 그 힘을 잃은 지 오래니까요. 유권자인 시민들보다 공천을 받느냐 못받느냐가 당락을 좌우하는 문제인 만큼 주민들이 가져오는 문제들은 그들에게 그리 절실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위세가 조금 흔들리고는 있다지만 아직은 시의원 선거까지는 철옹성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결국 새롭게 구성되는 시의회에서도 학자금이자지원조례, 대구시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는 찬밥신세를 못면할 것 같습니다. 주민들 수만명의 서명지도 휴지조각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전 의회에서 손대지도 않은 조례안은 쓰레기통에 처박힐 것이 뻔히 보입니다. 

결국 이런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바꾸는데는 또 많은 시간이 걸리듯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나마 대구 여러 구의회에 진출한 야당 및 무소속 구의원들 처럼 시의회에도 주민들, 시민들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4년 후에는 과연 가능할까요. 유권자 무섭다는 걸 보여주는 날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팀블로그인 주권닷컴(http://jukwon.com)에 동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