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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안하는 예비후보 선거운동

6·2지방선거가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누구는 어디 도지사로, 누구는 어디 시장으로 나간다며 유명 인사들의 이름으로 도배된 온갖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야당 유력후보가 재판하는 과정이 생중계 되고 있고 현 정부에 반대하는 야권 후보연대가 최대이슈로 부각되고 있기도 합니다. 6.2일 하루를 향해 세상 모두가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세상이 바뀔 것만 같은 모습입니다.

이런 호들갑에 비해 정작 저희동네 제 주변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게 없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건물외벽을 감싼 거대한 현수막을 통해 몇몇이 구청장에 출마한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거리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떠들어대는 언론들이 보고 있는 풍경은 딴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2월19일부터 예비후보 등록과 명함 배포 등의 예비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한 달을 넘어선 지금까지 선관위에 등록한 후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특히 제가 사는 대구 북구의 기초의원 예비후보의 경우, 전체 8개 선거구에 총 8명이 등록했고 그나마 2개 선거구에 집중되 있어 나머지 6개 선거구는 등록자가 아예 한명도 없습니다. 현직에 비해 선거운동의 기회가 부족해서 만들어진 예비후보 선거운동이라는 제도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런 모습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우선 투표율만 해도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전국적으로도 50%를 갖 넘기는 수준인데다 대구는 그마저도 안되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48.5%를 기록했을뿐 입니다. 국민들의 관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데 정치적 이슈도 부족한 지방선거니 일면 이해도 됩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선거열기가 벌써부터 불 붙는다는게 무리이기도 합니다.


동네강아지, 빗자루 동반 출마?

하지만 정작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구는 수십년째 한나라당이 초강세를 보이는 지역입니다. 대구시의회에 민주당 비례의원이 한명 있을 뿐, 모든 선거, 모든 선거구를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네 강아지나 심지어 빗자루를 꽂아놔도 한나라당이면 당선 된다는 우스개소리가 유행지난 이야기가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걸 우스개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게 더 서글픈 현실입니다.
지난 지방선거만 보더라도 선거에 출마하기 전까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는지, 지역을 위해 기여한 바는 무엇인지, 비전은 어떻게 제시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저 당이 어디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주민들의 여론이나 후보의 이미지가 아니라 당 공천인 것입니다. 주민들을 만나고 선거운동을 하고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게 이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선거운동 기간 2주동안 유세차량에 올라 얼굴알리는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오히려 선거 당선을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한나라당 공천을 따내기 위해 줄을 잘 서는 것뿐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시의원, 대구시장 등 지금까지 치러지던 선거에다가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까지 포함되 총 8번의 투표를 해야합니다. 이러다보니 각 선거마다 후보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 그야말로 후보만도 수십명이 넘쳐나는 선거 전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많은 후보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누군지 가려내서 보는 것도 쉽지 않을테니까요. 


'풀뿌리 민주주의'가 무색한 지방자치

흔히 지방선거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 특히 우리 동네에서만큼은 이런 말이 참 무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출된 지방정치인들이 주민들을 위해 활동할리는 만무합니다. 자신을 공천해준 지역 국회의원 등 실세 정치인의 호출에 불려나가기 일쑤고, 그래야 또 다음 선거에서 좋은 자리에 공천을 받을 테죠. 실례로 현 북구의원들의 경우 가장 기본적 임무인 조례 한건 발의하지 않은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어쨌든 한 번에 이런 풍토가 바뀔만한 뾰족한 묘안은 없습니다. 왜냐면 그동안 이런 모습을 만들어온 책임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있으니까요. 그나마 선거시절이라도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척은 하는 만큼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가는 시도가 중요할 것입니다.

우선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골치 아프고 보기 싫더라도 제대로 알고 투표하기 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첫 걸음입니다.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 봅시다. 거창하게 다음 대권까지 언급되는 한양의 정치권 유력인사들의 이야기도 중요할테지만, 우리 동네 살림을 맡아볼 풀뿌리 지방자치에 출마한 이들을 더 눈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잘 못 뽑았을 때 알게 모르게 피해보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국민주권시대를 바라는 생활인 블로거 네트워크 <주권닷컴>을 통해 발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