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나름 야구팬이라 생각하는 저 같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많은 분들이 지난 2000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파동(?)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인기 선수지만 당시 송진우, 양준혁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결성됐던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처우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각종 찬반 논란을 일으키며 우여곡절을 거쳐 2001년에 가서야 기존 선수협 간부들이 전원사퇴하고 형식적인 선수협의회를 존속하는 수준에서 사태가 진정됐었습니다.

사실 진정이 됐다고는 하지만 거의 힘에 의해 소강국면에 들어갔었다고 해야할 것 같은데요. 구단들과 KBO측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강경한 자세로 나오며,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던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하는 등 그후 상당시간동안 주요 가담자들이 선수로서 고초를 겪거나 아주 야구판을 떠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9년

그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며칠전 현재의 선수협의회(대표 손민한)가 다시한번의 파란을 몰고올 프로야구 선수노조 결성 추진을 투표로 통과 시켰습니다.
사실 이미 지난 4월 노조설립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각 구단의 반대로 공식적인 활동을 못해온 상황에서 이번 총회에서의 투표를 통해 본격적인 노조설립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프로야구선수들이 노조를 만든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항상 뉴스에 보도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소식은 누가 연봉을 몇억 받았네, 몇 프로가 뛴 계약서에 싸인을 했네...이런 것들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노조건 마찬가지이겠지만 노조의 존재 가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경우도 일부 고액 연봉자가 아닌 일반적 선수들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것이 바로 2군 선수들입니다.
봄에 시작해 초가을에 마무리되는 야구시즌이라 대부분의 경기는 저녁에 진행됩니다. 하지만 2군 경기는 야간용 경기장 라이트를 사용할 수 없어 주로 낮에 진행됩니다. 뙤약볕에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극심한 피로가 누적됩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식사조차 보장되지 않는게 보통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 시간과 훈련에 쫒겨 햄버거와 김밥 한두줄로 점심을 때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방망이를 비롯한 각종 장비도 부족해 나머지는 자비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프로야구 선수 50% 가 연봉 3000천이하라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몇몇 스타플레이어보다는 이런 조건의 선수들을 보고 현재 상황을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선수협의회는  어떤 역할도 할 수가 없습니다. 법적지위가 보장되지 못한 임의 단체일 뿐이라 공식적인 협상의 창구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9년간 선수협의회는 늘 그 한계만 느끼게 하는 하나의 족쇠였을 뿐입니다.
이번 노조설립 추진 투표과정에서도 대표인 손민한 선수는 공식적인 대화 창구로서의 지위를 가장 중요하게 강조 했습니다. 또한 노조설립의 목적 또한 뚜렷이 최소 연봉 등 가장 어려운 조건에 있는 선수들의 지위 향상이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노조설립이 실제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투표과정에서도 일부 대기업 선수단의 조직적인 투표 보이콧만 보더라도 어떻게든 선수들 스스로의 힘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삼성과 MB

하지만 그 이전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임을 자랑하면서도 전세계 대기업 중에서도 유래없는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는 삼성이라는 암초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 선수협 파동에서도 삼성은 유감없이 그 진가를 발휘 했었죠. 뒤에 결합하기는 했지만 당시 이승엽이 이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었었죠. 소속선수들의 참가를 조직적 개입을 통해 원천적으로 방해하고 이번에도 삼성 선수단은 투표 당일 모두 자리를 떠나 보이콧을 했더군요.
게다가 더 큰 암초는 바로 MB정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철도노조파업과정에서도 보여줬듯이 MB는 노조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투쟁에 대해서도 말도안되는 불법 시비를 갖다붙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압을 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노조도 받아들일 수 없는 단체협약 파기는 노조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 없음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작한 파업을 무작정 불법이라며 조져대는 모습을 보면서 프로야구 노조라고 별수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MB가 직접 나서서 손을 쓰지는 않겠지만, 최근 한국 노동연구원 파업과정에서도 겨의 노사간 타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MB의 말한마디에 협상이 깨지고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소식을 듣고보니 이런 짓거리도 하는 구나 ...한숨부터 쉬게 됩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이번 프로야구 노조결성에 대해 시기상조, 배부른 소리....등의 의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굳이 KBO와 구단들이 관중 600만시대가 되면 노조설립을 약속했었다는 이야기를 빼더라도, 저는 우리사회가 노조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아주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의 하나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결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결성하고 이후 협상과 요구조건의 내용을 통해서 욕을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부디 삼성과 MB의 탄압을 이기고 노조설립에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과정에서 앞장선 선수들이 여전히 내년 시즌에도 힘찬 모습으로 멋진 경기 보여주길 기다리겠습니다.

+ 이 글은 국민주권시대를 바라는 생활인 블로거 네트워크 <주권닷컴>을 통해 발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