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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상권까지 잡아먹는 기업형 수퍼마켓


얼마 전 칠곡(대구북구) 3지구 새로 지어진 빌딩 1층에 홈플러스가 들어섰다. 홈플러스 하면 당연히 으리으리한 대형마트가 떠오르는데 이번에 들어선 홈플러스는 동네에서 흔히 봄직한 구멍가게보다 약간 큰, 말하자면 조금 큰 동네수퍼 수준이다.

개점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입구엔 개점기념 할인판매 상품들이 쌓여있고 기존 홈플러스와 똑같은 복장을 한 직원들이 바삐 돌아다니고 있었다. 홈플러스 매장의 한 코너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것이 이른바 최근 유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SSM(Super SuperMarket)이라고 불리는 기업형 수퍼마켓이다.


SSM은 일반적으로 330㎡(100평) 안팎의 규모로 개설되는데 깔끔한 시설과 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동네 상권에 들어오게 된다. 강북지역에도 이번에 들어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이 아니라 이미 롯데마트, GS마트가 이미 입점한지 오래다.
한국슈퍼마켓연합회에 따르면 이들은 보통 규모에 따라 점포 1개당 하루에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는 당연히 기존 동네 슈퍼의 매출을 ‘나눠먹기’식으로 가져가게 되는 적자생존의 구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자본금은 물론이고 인테리어, 서비스 모든 부분에서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인 수퍼마켓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한 상권에 1개의 기업형 수퍼마켓이 개설되면 1~2년 안에 주변 수퍼마켓 대부분이 폐업에 까지 이르게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실 최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생존권이 위협받는 처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기존 슈퍼마켓보다 ‘큰 슈퍼마켓’을 개설하고 동네상권을 고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금만 더 들어가면 이는 지역주민들에게도 피해가 된다. 소규모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지역민들이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역 경제 순환구조 안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경기침체로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보다는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네 상점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성향이 근거리에서 소량 구매 패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유통업체들은 더욱 동네상권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SSM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31개, 롯데슈퍼 110개 GS수퍼 107개 등 총 약 350개에 달한다. 얼마 전에는 업계1위인 신세계 이마트까지도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이름의 SSM을 출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수퍼마켓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다. 지난 14일에는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사회를 열고 ‘대형마트의 기업형 수퍼마켓 진출 및 점포확대 제지’를 결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시군구 단위의 지역별 대책반을 설립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룡 유통업체와의 싸움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함께 공존공생하는 골목경제를 위협하는 대형유통업체들의 동네 상권진출은 마땅히 저지 되어야 한다. 그동안에도 지역 유통구조를 독점하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 등 각종 사고까지 일으켜온 대형마트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터에 지역공동체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자체에서도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