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이쁜 줄만 알았던 꽃들이 다시 보인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를 읽고 얼마 전 기분이 울적하다는 와이프를 위해 꽃집에 들렀다. 봄기운 완연한 때라 노란 프리지아 한 다발을 샀다.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아 꽃망울이 더 많았지만 작은 꽃병에 꽂아두니 집 전체가 화사해진 느낌이었다. 사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에 산 꽃다발이었는데 내심 뿌듯했다. 그 뒤로 꽃이 시들 때쯤이면 다시 꽃집에 들르곤 한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서 꽃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좋은 날을 기념하기도 하고 슬픈 순간 애도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꽃의 역사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꽃말 정도 아는 정도 이상이기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다 보면 기원전까지 ..
인간이 배워야 할 잡초의 생존전략 를 읽고 10여 년 전부터 텃밭을 일구면서 늘 감탄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잡초의 위력이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살아나는 무시무시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마치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좀비 떼에 비길 만하다. 여름철이면 한두 주만 비워도 잡초가 텃밭을 점령하고 마니 말이다. 제대로 뿌리를 내리면 잘 뽑히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잡초에 대해 내가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동안 뽑아낸 잡초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환경의 다양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며 적응해가는 상상을 초월한 이들의 생존전략은 그저 경이롭기만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각종 재앙으로 위험에 처한 인류에게 생존을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할 핵심적인 화두를 던져준다. ..
99%를 화나게 하는 '분노의 숫자' 다들 그렇겠지만 소설이 아닌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누가 봐도 숫자로 가득한, 통계 서적에 가까운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나는 일은 더욱 드물다. 하지만 '분노의 숫자'는 제목 그대로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숫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읽는 내내 화를 참기가 어려웠다. 왜 화가 날까? 단언컨데 당신이 이 사회 구성원 중 소위 말하는 상위 1%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숫자는 당신이 살아 가고 있는 이 사회의 거의 모든 지점에서의 불평등, 제도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도 일부 계층, 부분의 이야기가 아닌 국민 대다수가 처한 불평등에 대한 보고서이다. 다시 말해 99%가 화나야하는 근거들을 ..
어린시절부터 제 꿈은 늘 '과학자' 였습니다. 태권브이를 보던 시절에도 전 철이(훈이였던가?)의 발차기보다 김박사의 하얀 가운이 더 멋져보였습니다. 중학교 다니면서 우주에 심취하던 시절엔 천문학에, 세상이 궁금해지면서부터는 물리학에 빠졌고, 뉴튼과 갈릴레오, 아인슈타인은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기계와 전자장비에 대한 관심으로 결국 대학은 전자공학과를 들어갔고, 세상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지금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지금도 전 인터넷 뉴스에서 IT분야를 제일 자세히 봅니다. 역시 사람이란 변하는 걸까요.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아이를 키우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져서인지, 스스로 찾게 되는 관심사가 많이 달라지더군요. 특히 요즘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
때론 짧은 시 한편이 한권의 책보다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고 역사 속 인물들이 남긴 수많은 저서보다 그들이 남긴 몇 마디의 말이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 언젠가 읽었던 멕시코 사파티스타 '마르코스'의 책 제목처럼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진정한 무기는 총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말, 그들의 외침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늘 치열하게 살며 총알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일기를 썼던 체게바라 였기에, 그의 말에는 더욱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오래전 읽었던 그의 평전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그의 생각에 더 근접한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일컬어지는 체게바라가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그가 누군지도 모를 이들의 티셔츠에서..
요즘 어떤 자리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오면 꼭 하는게 있는데요. 바로 퀴즈를 내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퀴즈가 아닌 퍼즐인데요. 한동한 숫자들과 씨름을 해야하는 스도쿠나, 적어도 며칠은 걸려야 다 맞출 수 있는 1000피스 직소퍼즐 같은 난이도 최상의 퍼즐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만. 최근 사람들에게 제가 내놓는 퍼즐은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만 발상을 전환하면 쉽게 맞출수 있는 재밌는 퍼즐들이랍니다. 며칠 전에도 한 녀석이 곧 결혼한다며 마련한 과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거하게 한잔 마시던 도중 제가 몇개를 출제(?) 했더니, 정말 환장들을 하더군요. 다들 전공(전자공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하고 있지만 역시 공학도 다운 의욕을 불태웠습니다. ㅋㅋ 처음엔 한 두 문제를 풀고 술자리가 ..
얼마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세계 기후 회의를 계기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문제가 다시금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여전히 각국 정상들이 자국 산업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다지 시원한 해답은 내놓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이번을 계기로 다시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출발점이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들 아시다시피 코펜하겐 회의의 주요 논점은 다름아닌 탄소배출량에 대한 규제 문제 인데요. 지나친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지구가 자체로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늘어나고 이 초과된 양이 조금씩 축적되면서 지구가 비닐하우스 처럼 뜨거워 지는 것이죠. 물론 가장 본질적으로 이산화탄소발생량을 줄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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