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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대구 어떻게? 안일한 행정부터 바꿔야 


500명의 시민이 참여한 대구 시민원탁회의 참가기


“그럼 지금부터 2014 대구시민원탁회의를 시작 하겠습니다”

한참 차가 막히는 평일 저녁시간, 일을 마치고 가까스로 약속된 7시에 맞춰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미 넓은 홀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안내데스크에서 받은 명찰과 자리번호를 받고는 얼른 한자리를 차지했다. 앉자마자 시작을 알리는 장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렇게 조금은 소란스러운 가운데 대구 시민원탁회의가 시작됐다. 표현이 서툴고 보수색채마저 강한 대구라고들 하지만 시민들은 역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500명으로 마련된 자리를 위해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기자 또한 시민의 한사람으로 신청해서 자리에 앉았으니 운이 좋았던 셈이다. 


대구혁신100일 위원회가 주최하고 대구경북연구원과 대구경북학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시민원탁회의는 사전 신청을 거쳐 선정된 5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모두 50개의 원형탁자에 각 10명씩 앉아서 조별 토론과 전체 투표를 이어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3시간에 걸쳐 쉬는 시간도 없이 열띤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대규모 토론, 숙의 민주주의

타운미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원탁회의는 대규모 인원이 한자리에서 모여 토론하는 방식의 하나로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까지 참여해서 진행하게 된다. 각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끼리 한명씩 각자의 의견을 차례로 풀어내고 이는 실시간으로 모아진다. 모아진 의견들이 몇 가지 주제로 압축되면 투표로 전체적인 의견 흐름을 확인한다. 또 이어지는 상호토론을 통해 이런 의견들은 재차 정제과정을 거치고 전체적으로 제시된 주제에 대해 대규모의 인원이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설명하면 이렇지만 사실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실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우선 이런 대규모의 사람들이 그것도 대구시정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그동안 한번이라도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이날의 원탁 또한 과연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자리일까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시작하자마다 이런 우려는 놀라움으로 변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대구시민들은 참 할 말이 많았던 것이다. 




안일한 행정에 대한 개선과 책임있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게 지적되

각 테이블별 토론과 이어지는 전체 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확인이 되면서 인식의 흐름이 바뀌는 것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처음 토론이 진행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대구의 안전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시민의식과 책임의식을 꼽았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이보다는 안일한 행정에 대한 개선과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각 테이블에서는 대구에서 있었던 수차례의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이야기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쏟아져 나왔고, 현재 운행을 준비 중인 도시철도 3호선 안전에 대해 좀 더 철저히 준비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또한 학교폭력, 청소년 안전문제 등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도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많은 참가자들의 의견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 시민의식 중 가장 위험한 요소에 대해서는 이기주의와 공동체 의식의 부족을 꼽기도 했다. 


또한 이날 원탁회의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과 함께 원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즉석에서 나온 대구시청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직접 답을 하기도 했다. 새롭게 시장에 당선된 지 두 달여가 지났을 뿐이지만 초기부터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는 모습은 올바른 자세임에 분명할 것이다. 다만 시장이 참여하면서 각종 언론사의 장비들이 시장에게 집중 되면서 오히려 전체 진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원탁회의에 참가한 유창욱 씨(30세, 황금동)는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신청했는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 기쁘다.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원탁에 모여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참 흥미진진했고 특히 대구시민들이 안전에 대해 참 관심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참가 소감을 전했다. 또 “여러 문제에 대해 당장 답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구시와 시민들이 함께 하면 새로운 해답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됐다”고 앞으로의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 중 가장 연장자와 연소자는 각각 개회와 폐회선언을 직접 했는데 80넘은 어르신과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처럼 남녀노소 다양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가라앉기만 하는 대구가 이런 과정을 통해 좀 더 많은 이들의 의견을 담고 다시금 활력을 되찾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시민원탁회의는 당초 ‘청년이 행복한 도시’를 주제로 오는 30일에도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대구시의회에서 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된다는 논란 끝에 관련 조례를 제정한 후 개최하기로 하고 잠정 연기된 상태이다. 



※ 본 포스팅은 강북인터넷뉴스(kbinews.com)에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