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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2만5천명 동조 단식 이어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34일째가 되던 지난 27일은 유민이 아빠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지 45일째 되던 날이다. 전국적으로 2만5천여 명이 뜻을 함께하겠다며 동조단식에 참가하는 중이었고, 대구에서도 대구백화점 앞에 농성장이 차려져 3일째 릴레이 동조 단식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바로 이날 기자도 직접 하루 릴레이 단식에 참가하기 위해 농성장을 찾았다. 


대구백화점 앞 광장은 일명 민주광장으로 불린다. 대구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은 늘 다양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때로는 정부를 향한 처절한 외침이 시작되는 곳이다. 세월호 동조단식 농성장도 아마도 그래서 이곳에 차려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농성장이라고 해서 사실 별다른 건 없었다. 천막하나 쳐져있고 거기서 단식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하루의 다른 일과를 접어두고 자리한 터라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선 가장 중요하게 하는 일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는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은 전국적으로 현재 500만명이 넘게 서명을 했다. 이번 주 중으로 이 500만명의 서명지가 청와대로 전달될 예정이다. 대구만해도 1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오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명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세월호에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또 틈이 나는 대로 사람들에게 나눠줄 노란 리본을 만든다. 재료를 직접 자르고 붙여 나름 이쁘게 만들어진 노란 리본은 서명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전해진다. 누구는 가방에 달기도 하고 누구는 가슴팍에 달기도 하고 각자 쓰임새는 다르지만 노란 리본을 보는 이마다 세월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농성장 한쪽에는 모금함이 놓여있다. 왠 모금함인가 싶어 물어보니 바로 농성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물품과 리본 재료 구입을 위한 모금함이었다. 그런데 이 모금함에 채워지는 돈은 다름 아니라 단식에 참여하는 사람이 내 놓는 그날의 밥값이다. 밥 먹을 일이 없으니 그 만큼 아낀 돈을 모금하는 것이다. 좀 아이러니컬했지만 눈 딱 감고 만 원짜리 한 장을 집어넣었다. 


농성의 일과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진다. 오전시간은 오가는 이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지만 오후부터는 행인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분주해진다. 여느 행사장과는 달리 단식을 하는 곳이라 먹을 것도 없거니와 식사시간만큼 여유시간도 많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점심시간이 넘어서니 본격적으로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물을 한 컵 마셔보지만 역시 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고작 두 끼 굶었을 뿐인데도 이런데 유민이 아빠의 단식이 얼마나 힘겨울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 와중에 어느 지나는 젊은 여성 한분이 농성장에 들러 “화이팅”이라고 외치더니 박카스 두 박스를 두고 황급히 사라지셨다. 단식을 응원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런 음료도 마시지 않는 다는 걸 미처 모르셨던 것 같다. 마음은 받기로 하되 음료 박스는 구석으로 치워졌다. 

이날 하루 단식에 참여한 사람이 10여명이었다. 농성장에 함께 하지 않고 자신의 일터에서 자발적인 하루단식에 참여한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매일 다른 사람들이 릴레이로 단식에 참여하고 있다. 각자에겐 그저 하루지만 함께 걷는 걸음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다. 


짧은 하루 단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솔직히 내일아침에 뭘 먹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긴 했지만 이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 사라지지 않기도 했다. 아닌게아니라 다음날 아침 유민이 아빠의 단식 중단 소식이 들렸다. 소식을 듣자마자 당장 든 생각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세월호 특별법이야 물론 꼭 제대로 만들어야겠지만 혹여나 몸이 상하거나 큰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생각했던 터라 안도의 한 숨이 먼저 나왔다. 

누군가의 몸을, 생명을 희생해가며 싸워야만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고귀한 희생을 폄하해서는 안되겠지만, 살아서 힘을 모아서 싸워서 만들어내야 진짜 이긴 것이 아닐까. 아무쪼록 유족들이 건강하게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면 좋겠다. 

고작 하루 단식이지만 참여해보니, 옆에서 그저 소식만 전해 듣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몸을 움직여 실천하는 것이 참 중요하구나 싶었다. 유민이 아빠의 이야기처럼 긴 준비가 필요할 텐데 스스로도 작은 할 일을 찾아봐야겠다. 


※ 본 포스팅은 강북인터넷뉴스(kbinews.com)에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