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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 대구상인연합회를 찾았습니다. 사실 전 상인은 아닙니다만 제가 사는 동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SSM(아래 관련글 참조)에 대해 상인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차 참석하게 됐습니다.

관련글2009/04/17 - [우리동네이야기] - 골목 상권까지 잡아먹는 기업형 수퍼마켓

우리동네에 올초 들어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이자리에 가기 전까지 사실 상인연합회라는 단체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얼핏 들으면 상가번영회와 비슷한 뉘앙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나름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진 약간은 관변적인 느낌의 단체더군요. 하여간 약속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한 덕(?)에 상인들의 권익을 위해 일한다는 이 단체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알고 보니 이날 모임은 이곳에서 장소만 빌렸을뿐 별로 상관이 없다하더군요.ㅡㅡ;. 어쨌든 상가 번영회 말고도 상인들을 위한 조직이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됐습니다.

잠시후 만난 이날 모임을 주선하신 분은 동대구시장에서 수퍼를 운영하는 중년의 여자분이셨습니다. 얼마전부터 SSM의 위험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 자료도 여기저기서 찾아보고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계시더군요. 최근엔 자비로 SSM 골목진출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찍어서 주변 곳곳에 나눠주기도 하셨답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여러가지 정보를 많이 보시는 것 같았는데요. 저도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이런 문제를 함께 대응하기 위해 만든 까페(http://cafe.daum.net/sajangnim240)에서 우연히 알게 됐을뿐 처음 뵙는 분이었습니다. (닉네임 파랑새)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얼마전에도 모임을 한번 가지셨다는데 그땐 몇분 모이지 않아서 다시한번 모이기로 하고 별다른 결론없이 헤어졌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날도 제법 기다렸지만 수퍼하시는 분들은 더이상 자리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주선하신분 가게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간상인분들이 몇분이 더 왔을뿐이었습니다. 사실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이런 모임에 참석한다는게 제가 언뜻 생각하기에도 쉬운일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 당장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리 비우기도 쉽지 않을뿐만아니라 시간을 낸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나 하는 패배의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모임을 위해 200여곳에 가까운 수퍼운영자분들께 문자도 보내고, 전화를 직접 하신 곳도 여러곳이었다고 하는데요. 많이 실망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다들 얼마나 심각한지 못느끼고 있다며 안타까워하시더군요. SSM의 골목진출이 본격화되면 이미 늦어버리는데 큰일이라면서 말이죠.

비록 직접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얘기는 나눌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침입은 역시 상당히 우려스러웠습니다. 가뜩이나 경기영향으로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을 가진 유통업체들의 골목진출은 이들에게는 생존권을 직접 위협하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격조정을 통해 주변 상권과의 마찰을 피하고 있지만 골목골목 입점이 어느 정도 진행되 본격적인 SSM천국이 되면 동네수퍼는 모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도 오늘은 이렇게 부족했지만 다시 준비할테니 앞으로도 많이 도와달라며 힘을 모아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헤어지기 직전에 하신 말씀이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내일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SSM에 대한 나름의 대책을 발표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왔는데 기대를 걸어봐야겠다고 말이죠. 그래도 재래시장까지 찾아가는걸 보면 뭐라도 작은 대책이나마 내 놓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상인과 만나는 이명박 대통령 (상인의 표정이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듯.)


다음날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직접 찾긴 찾았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이문동 재래시장입니다. 이동네는 특히 지난 3월 신세계 이마트가 선보인 소규모 매장인 '이마트 이문점'(1705㎡, 526평)에서 불과 300미터 떨어져 있는 시장이라 SSM으로 인한 피해가 심한 경우였습니다. 
시장에 들른 이명박 대통령은 작은 가게에 들려 군것질도 하고 좌판 상인들을 직접 만나 말도 걸고 나름 신경쓰는 모양새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정작 SSM에 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상인들의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마트를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은 법률적으로 안 된다"며 "정부가 그렇게 규제해도 재판하면 패소한다, 이길 수 없다"
 
"재래시장은 내가 젊었을 때 보다 별로 발전한 게 없는 것 같다"
"상인들이 농산물을 공동 구매하거나 농촌과 직거래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주차장을 정비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래시장을 위하는 척하며 사진찍을때는 생색내며 열심히더니 결국은 SSM을 규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소식을 듣자마다 그 수퍼 아주머니가 떠오르더군요. 참 많이 허탈해했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법적으로 어쩔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은 엄연히 거짓말입니다. 현재 발의된 여러가지 법안들을 잘 다듬어 기준만 만든다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국제법상도 문제가 없을뿐아니라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WTO 주요 가입국들도 이미 대형마트의 출점규제를 비롯하여 영업시간 및 품목까지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의원이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하여 8개의 법률안이 상정되었고, 상임위 공청회를 거쳐 현재 지식경제위 법안소위에 법률안이 계류되어 있습니다. 이미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의 의원들이 허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는 할 수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허가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는 국회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동일 뿐입니다.

하는 짓 마다 밉상에 국민들의 분노만 끓어오르게 하는 MB지만. 서민들이 모여 장사하는 시장까지 직접 찾아가서까지 이렇게 뒤통수 치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참..너무하다 싶더군요.

어쨌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끝까지 한번 해봐야 겠죠.
파랑새님 화이팅입니다.!!


덧)
디카를 잃어버려서 사진을 못찍어서 현장감이 떨어지는 군요. 빨리 새로 마련을 하든지 해야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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