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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의 천국 대구

따로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만 전 주택에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종종 아파트 생활이 부럽기도 하지만 나름 장점도 있죠. 사실 아파트에 살고 싶어도 형편 때문에 어렵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누구나 아파트에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게 당연한 세태가 됐죠. 그러다보니 아파트 중심의 독특한 주거문화가 많이 발달한 것 같습니다. 전체 인구대비 아파트 거주 비율만 보더라도 1995년 26.9%에서 2005년 42.3%로 급증하더니 이미 몇년 전부터는 과반수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서민층이 거주하는 곳이 아파트라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부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대구에서도 고가아파트가 즐비한 수성구


뭐 어쨌든 좁은 땅덩어리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면 아파트 건설은 사실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게 좀 과하다는 겁니다. 

본디 집이란 존재는 사람이 살기 위해, 즉 필요에 의해 만들게 되는 것인데요. 요즘은 사람이 살지도 않을 집을 무턱대고 지어대는 이상한 풍조가 생겼습니다. 바로 오늘의 본론 미분양아파트 이야기입니다.

지난 6월 현재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가구수는 1만2천가구가 넘습니다. 언뜻 감이 안오신다구요. 이는 전국 아파트 미분양의 23.6%에 해당되면서 단연코 전국 1등입니다. ㅡㅡ;. 게다가 이는 지난 상반기동안 20%가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다시말해 전국 미분양아파트 4채당 1채가 대구에 있고 그나마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거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에서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 차례 취득·등록세 감면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제시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오히려 기존 주택의 거래를 침체시켜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과 이로인한 신규 분양 부진으로 인해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의 골치꺼리로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마구잡이식, 대형 아파트 위주의 난개발

미분양된 아파트를 살펴보면 특징이 있는데요. 바로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아파트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전체 미분양 아파트의 65.7%나 되는 7천709가구가 이런 중대형 아파트입니다. 
이는 쉽게 예상하듯이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수익성만을 쫒은 나머지 경제 논리가 아닌 투기흐름을 타고 무리하게 건설사들이 난립해 건설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2000년부터 10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15만8천여 가구가 공급됐고 이 사이 서로 경쟁하듯 지어댄 나머지 땅값까지 올라 대구 지역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이사이 심한 경우 4배까지 땅값이 올랐고 이는 고스란이 분양가에 반영되 건설사의 대형아파트 건설 도박을 부채질한 것입니다. 


한 몫씩 거든 정부, 지자체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도 사실 책임추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선 정부의 경우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이런 아파트 건설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해왔습니다. 요즘도 각급 개발사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확대해 주는 등 건설사들에게 도박 판돈을 건낸 셈입니다. 
대구시와 구청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된 수요 예측과 도시계획을 위해 세심하게 살펴야 했음에요. 부동산 경기 상승에 눈이 멀어 오히려 수요가 많았던 소형 아파트 건축에는 규제를 강화하고 인위적으로 용적률 허용치를 상향조정해서 건설사들의 중대형 중심 건축을 거들었습니다. 


해결 기미 없나

얼마전 제가 사는 동네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난데없이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건설사와 한판 벌였습니다. 나름 저희 동네에서는 대형 아파트인데다 최근 분양이 지지부진해진 곳이었는데요. 다름 아니라 건설사에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큰 돈주고 입주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헐값매각이 자신들의 재산에 심각한 피해가 되니 머리띠까지 두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미분양 아파트에서 종종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하는 건설사들의 행보를 두고 기존 입주자들의 싸움이 벌어진 곳이 많았습니다. 사실 건설사 입장에서야 조금 깍아주더라도 빨리 분양을 마무리하는게 좋겠습니다만 개인의 재산권을 생각하면 주민들도 이해가 됩니다. 게다가 건설사들도 무리해서 인하 할 수 만은 없는게 전반적 부동산 가격하락을 부를 경우 이는 결국 다시 건설사들에게 타격이기도 합니다. 진퇴 양난인거죠. 
그렇더라도 일단 분양가를 낮춰 분양을 하는 것이 결국은 해결책일텐데요. 최근엔 마트 상품도 아니고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한채를 더주는 1+1이벤트까지 하더군요. 아니면 몇몇 건설사들이 하고 있듯이 미분양아파트를 싼 가격에 전세로 분양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아예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렇게 현실적인 방법을 써가면서 기존의 투기성 짙은 대형 아파트가 아니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방향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결국 당장의 미분양 아파트들을 소비시키는게 급선무이겠지만 그전에 이런 상황에 책임이 있는 건설사들과 정부당국, 지자체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아야 할 아파트를 투기, 도박의 대상이 아니라 실제 산업의 측면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거서비스로서의 입장을 가지는 것이 결국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높고 으리으리하지만 밤이면 불켜질 줄 모르는 아파트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고나면 저도 주택에서 아파트로 한번 도전해볼만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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