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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주연의 영화[아저씨]를 봤습니다. 휴가기간동안 멀리 피서는 못가고 집에서 뒹굴다가 좀 덥다 싶으면 극장으로 달려갔던지라 최신개봉작들을 연이어 리뷰하게 되는군요. 오늘로 휴가도 끝이니 뭐 ....쩝. 어쨌던 다행이 제가 최근 본 영화들이 모두 꽤 괜찮아서 말이죠. 즐겁게 포스팅을 해봅니다. 

자 함께 멋찐 우리의 옆집 아저씨를 만나러 가보자구요. ~~^^


아저씨

    [명사] 
  • 1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이르는 말.
  • 2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이르는 말.
  • 3 남남끼리에서 남자 어른을 예사롭게 이르는 말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을 첨 보고 생각한건 '왜 굳이 이렇게 촌스런 제목을?' 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도 있는데 감독은 굳이 왜 모험을 했을까..하는 것이었죠. 아저씨란 단어가 주는 어감은 그만큼 다분히 현실에서 정형화된 이미지니까요. 좀 과하게 표현하면 헐렁한 난닝구에 반바지 차림으로 적당히 나온 배를 동반한체 동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아저씨니까요. 아줌마라는 단어가 주는 왠지 모를 억척스러움 만큼이나 아저씨가 주는 느낌은 일상의 고단함에 축처진 모습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감독은 시나리오 작성 단계에서 주인공 아저씨의 모습을 그렇게 우리가 평소 만나는 아저씨의 모습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원빈의 캐스팅으로 이런 이미지는 변하긴 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참 제목과 잘 어울리는 구나 싶습니다. 모든 명사들이 그러하듯..그것을 규정하는 상황에 따라 새롭게 정의되는게 바로 언어라는 걸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저 스치듯 만나는 남자 어른을 향한 아저씨가 아니라, 소외된 자들의 공간에서 꼬마 소녀가 부르는 아저씨라는 이름은 작지만 놓을 수 없는 희망 같은 것입니다. 전혀 모르는 남과 친척사이까지 아우르는 아저씨의 의미를 압축하며 아저씨는 새롭게 정의됩니다. 물론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아저씨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죠. 

개인적으로는 어느덧 아저씨가 익숙해져버린 남자어른의 한 사람이 됐습니다. 영화 밖에서 흔희 볼 수 있는 앞서 이야기한 평범한 아저씨 말입니다. ㅡㅡ;. 


잔혹, 리얼, 피칠갑 액션

영화는 몹시 잔인합니다. 총과 칼, 심지어 도끼까지 난무하면서 화면을 핏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나친 폭력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도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반부에는 좀 덜합니다만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쉴새없이 찌르고 자르고 쑤시고 난리도 아닙니다. 마치 킬빌이나 슬래셔풍 공포영화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이런 폭력적 액션 장면들이 왠지 영화와 잘 어우러진 느낌입니다. 주인공인 아저씨의 분노가득한 감정이 이런 액션들을 통해 잘 표현된 느낌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이 만들어낸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눈요기꺼리로서의 액션이 아닌 것이죠. 저만해도 보는 내내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군요. (제가 이상한가요..ㅡㅡ;). 


특히 영화속 액션장면들은 그냥 잔혹하고 피가 낭자한게 아니라 매우 사실적인 느낌을 줍니다. 불필요한 화려한 동작들을 최대한 줄이고 뭐랄까 실사구시적인 액션이랄까요. ^^. 눈앞의 적을 죽이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려고 애쓴 것 같습니다. 실제로 브루나이 실라트, 필리피노 칼리, 아르니스 등 아시아 지역 전통무술들을 혼합해서 만든 동작들이라고 하는데요. 아주 빠르고 날렵한 동작들이 중심이된 액션은 칼을 들고 나오는 장면에서 더욱더 증폭된 속도감을 보여줍니다. 수개월에 걸쳐 몸을 만들고 액션 장면을 준비한 원빈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없이 소화해 냈다고 합니다. 하여간 한국영화의 액션 스타일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해도 좋을 듯 합니다. 


소미

아저씨가 구하러 다니는 어린 친구 소미역할을 맡은 배우 김새론은 이미 칸영화제에서 [여행자]로 유명세를 탄 아역배우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좀 낯설지만 칸영화제에서 주요 언론들의 극찬속에 한국의 '다코다 패닝'이라고 불렸다고 하는군요. 뭐랄까 아직은 좀 설익은 느낌이 나는 연기로 본다면 프로 냄새가 물씬 나는 다코다 패닝에 비길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아역임에도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극중 소미는 엄마랑 같이 사는 어린 소녀입니다. 하지만 마약에 쩔어 육아에 관심없는 엄마부터 주변의 모든 환경이 이 어린 소녀를 소외시킵니다.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마저도 이 소녀에서 전혀 희망이지 못합니다. 다만 세상을 등지고 옆집에 사는 아저씨 만이 소녀에게 유일한 실낮같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이 가느다란 소통의 끈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랑 친한 선배 딸이 비슷한 또래로 참 많이 닮아 더 눈이 갔었는데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눈빛

마지막으로 주연배우 원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앞서 이야기했듯 화려하면서도 절도있고 속도감 있는 액션, 그리고 잠시 잠깐 보여주고 말지만 식스팩이 뚜렷한 몸을 보여주며 제대로 거친 남성으로 태어난 느낌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원빈은 다양한 캐릭터로 분하면서 거친 청춘을 보여준적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형이 떠오르는 군요.) 하지만 이번 배역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제대로 선 굵은 남성의 모습입니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극초초초초..저음으로 분위기를 한 껏 다운 시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때 주인공 아저씨의 모습은 배도 살짝 나온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네 아저씨의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원빈 스스로가 배역을 자청하면서 이미지를 뒤 바꿔 버린 것인데요. 기존의 배역이 다양했음에도 주로 꽃미남으로 먼저 기억되는 원빈에게 이런 거친 면이 있었나 싶게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특히 원빈 특유의 눈빛은 이번 영화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몇마디 없는 대사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에서 그의 눈빛은 대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저런 눈빛을 하고 있으니 잔혹한 장면에서도 그의 이미지가 폭력적이지만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눈물은 없지만 뭔가 눈속에 많이 고여있을 것 같은 우수어린 눈빛입니다. 

어쨌든 전작인 [마더]에서 보여준 덜떨어진 연기에서 180도 바뀐 전직 특수요원이자 복수의 화신, 액션의 화신이 된 그의 모습은 언론에서 원빈의 재발견이라 떠들만 한 것 같습니다. 


이정범 감독

마지막으로 감독(이정범)이야기를 한마디 해야할 것 같은데요. 전작인 [열혈남아]를 못봐서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영화를 봤는데요. 각본까지 직접 쓴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이야기꾼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아주 진부한 스타일의 소재에다가 아주 많은 영화에서 차용하는 구조입니다. 위기에 처한 꼬마, 마침 꼬마와 친하고 어두운 과거가 있는 남자, 그리고 꼬마를 구하기 위해 아저씨는 몸을 던진다. 너무 익숙하죠. 
하지만 정작 영화는 이렇게 웬지 진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전혀 진부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어떻게 보여주는가가 참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 것 같습니다. 액션만 남는 시원한 영화가 아니라 아저씨와 아이간의 세밀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능력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차기작이 기대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저씨]에서 보여준 거친 액션이 살아있는 작품을 다시한번 볼 수 있길 바랍니다. 개봉한지 이틀만에 30만을 돌파하는 등 국산 작품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와중에 흥행에도 파란불이 켜진 만큼 아마 머지 않아 소식을 들을 수 있겠죠. 

이상 영화 [아저씨]를 보고 짚어본 이야기 5가지 였습니다. 이 영화 보면서 괜히 옆집 이웃들이 떠오르더군요. 역시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데 말입니다. ^^. 저는 어떤 모습의 옆집 아저씨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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