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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똥누러 가서 다 주 묵고 나오나?”

어린 시절부터 화장실에 좀 오래 앉아 있다가 나오면 으레 기다렸다는 듯이 어머니가 던지시던 말씀입니다. 글로 쓰니 사투리를 포함한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 같아 아쉽지만, 늘 들을 때마다 난처함과 함께 웃지 않을 수 없는 어머니만의 표현방식입니다. 

그 밖에도 어머니 특유의 여러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상당히 자주 듣던 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자다가 나무 다리 긁나?”

입니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 해설을 하자면 한참 자다가 가려운 자기 다리 대신 옆에 있는 다른 사람다리나 긁는, 이른바 뜬금없이 바보 같은 짓을 할 때 듣는 이야기죠. 저희 어머니가 뭐든 맘에 담아두지 못하시고 그 즉시 확 지르셔야하는 분이거든요. 자주 들었던걸 보면 제가 남의 다리 꽤나 긁었나 봅니다. ㅡㅡ;.

 
남의 다리 긁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지난 22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대한상의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선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내면서 여기까지 왔다""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선진화"라며 이를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들의 청렴성이 부단히 높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뭐 여기까지는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의 청렴성이야 당연히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이어서 그는 "부패가 있는 곳에는 규제가 있고, 규제가 있는 곳에 부패가 있다"며 선진화를 위한 과제로 과감한 규제 완화를 꼽더니 세금도 없애고, 무규제·무노조에 기업에 땅도 공짜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다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격이더군요. 한술 더 떠 외국기업이더라도 고용만 한국민을 채용한다면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국민권익에 대한 자기 견해나 올해 전망이 아닌 생뚱맞은 선진국 운운한 것 자체가 사실 못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국민의 한사람이니 국민으로서의 권익을 인정해 주긴 해야할테죠. 

하지만 역시 문제는 그 발언 내용의 심각성에 있습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위해선 국가청렴도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금, 규제, 노조가 없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그 근거로 그는 국가청렴도(CPI) 지수 1위인 네덜란드를 비롯 핀란드, 영국,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들며 "국가청렴도가 높을 수록 국민소득은 같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모두 막힌 궤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예로든 청렴도가 높은 나라들을 보면 대부분이 많은 세금과 더불어 노조의 역할이 사측 만큼이나 중요하고 비중있게 다뤄지는 나라들입니다. 
게다가 지나친 자유주의 무역과 신자유주의 경제운용아래서 나타난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는 애써 눈감으면서, 다시금 재벌기업들이 끈덕지게 요구하는 규제 완화를 앞세우는 논리는 국민들의 권익과는 반대편에 있는 친기업 반노동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금과, 규제, 노조가 없는 우리의 미래 그 어디에서 국민의 권익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정작 관심에 두어야할 국민은 저버리고 재벌기업들이나 시원해할 이야기를 하는 그는 남의 다리는 이제 제발 그만 긁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자신의 역할에 걸맞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우려를 많이 낳았던 그이기에 그다지 새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제발 골목대장 노릇은 그만두고 국민들의 진정한 권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이 글은 국민주권시대를 바라는 생활인 블로거 네트워크 <주권닷컴>을 통해 발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