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지난해 말 딸아이가 태어나고 너무나 행복한 나날이었지만 조금 아쉬웠던것 중하나가 영화한편 보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영화보는 걸 좋아해서 그 전까지만 해도 아내랑 극장에 꽤 자주 갔었거든요. 1년이라는 시간동안 퇴근하고 다른일이 없으면 당연히 집으로가서 육아를 도와야 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부부가 교대로 영화보러 가는 것도 좀 웃기고 말이죠 ^^
그러다보니 올해 개봉작들 중엔 못보고 지나친 영화가 참 많습니다. 천만관객 동원이라는 해운대도 며칠전 집에서 모니터(?)로 겨우 봤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아이가 좀 자라고 다른 사람들 손에 가끔 맡기기도 하면서 기회가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는데요. 

기대하던 영화이자 최근 200만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전우치"를 봤습니다. 


간단한 소감부터 밝히자면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136분이라는 런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지루함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일단  영화스타일이 코믹, 액션이 어우러진 제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이기도 했습니다. SF 하나가 살짝 빠지지만 ^^ 그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경공술과 도술, 변신까지 온갖 상상력이 동원된 영화더군요. 


극장을 나서면서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2004년 개봉했던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류승범, 윤소이와 함께 만들었었죠. 역시 코믹과 액션이 어울어진, 손에서 장풍 펑펑 쏴대는 ^^..어째 좀 비슷한 느낌 아닌가요. 어쨌든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이 바로 요런거란걸 말씀드리고 싶어서..ㅎㅎ. (속편은 안나오는지..*^^*)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

물론 무엇보다 이영화를 기대하게 한건 최동훈 감독입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대뷔작 '범죄의 재구성'이나 최근 작품인 '타짜'가 워낙 흥행면에서도 성공하기도 했지만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구조는 기본적인 신뢰를 주기에 충분한 영화들이었으니까요. 
코믹과 액션을 강조하긴 했지만 역시 영화는 앞뒤가 맞고 그럴 듯해야 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왜? 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최동훈 감독은 '소년 천국에 가다', '중천' 등의 작품에 각본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제대로 된 이야기꾼이기도 합니다. 음..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입니다.



출연진들도 좀 살펴볼까요.

주연 배우는 잘 아시는 강동원 되겠습니다. 얼굴도 잘 생기고 키도 훤칠하니 배역과는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장난기 어린 표정이나 전우치라는 주인공 캐릭터의 왠지 모를 밉지 않은 까칠함까지도 제법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영화를 기대하면서 주인공에 대해서는 살짝 고개를 저었었거든요. 일단 강동원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고 할까요.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그녀를 믿지 마세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형사 Duelist' 등 아주 다양한 색깔을 연기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늑대의 유혹'은 아직 보지도 못했지만 한동안 신드롬을 일으키며 강동원 붐을 일으켰었는데요. 이때 생긴 이미지가 아직 가시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강동원은 전우치를 아주 제대로 소화해내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에도 떡하니 박혀있듯이 이 영화는 우리 나라 고전의 주인공인 '전우치'라는 영웅의 영화니까요. 아무래도 주인공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하겠습니다. 
깃털처럼 몸도 심성도 가벼우면서도 제멋대로인 주인공의 좌충우돌이 잘 표현됐다고 보여집니다. 이번 기회로 강동원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
오는 2월에 송강호랑 함께 주연을 맡은 '의형제'가 개봉한다고 하는데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출연하는 그가 벌써 기대가 됩니다. 


그 다음으로 눈여겨 봐야하는 배우는 역시 김윤석입니다. 뭐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나라 A급 연기파 배우입니다.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등 최근 영화 출연작들만 봐도 김윤석의 연기는 뭐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김윤석은 악역으로서의 제대로된 포스를 뿜어주며 자기 자리를 뚜렷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영화에 대한 다른 리뷰에서도 많이 언급이 되던데요. 자신이 요괴인줄 모르다가 알게 됐을때의 심리적 전환과정이 잘 묘사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보다가 좀 허전한 부분이었는데요. 뭐 이해하고 넘어갈 만한 부분입니다. ㅎㅎ..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면 진짜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이쯤에서..냠냠..


특별출연인지라 영화에서 몇장면 출연하지는 않지만 역시 특유의 있어보이는 사부님의 전형을 보여주는 백윤식입니다. 저 눈빛 아무나 되는게 아니죠..^^.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만 사실 좀 주인공스럽지 않은 임수정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연기력도 나름 인정받고 있는 그가 이 영화에서는 좀 갸우뚱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연기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구요. 뭐랄까 영화속에서 주동적이지 못하다할까요. 조금은 의도적인 백치미라고도 생각됩니다만. 아이같은 정신세계를 가진 4차원 소녀같은 캐릭터입니다. 이른바 히어로 무비이다보니 곁다리로 좀 묻힌건지 하여간 좀 아쉽다 하겠습니다. 


좀 멍청한 신선으로 등장하는 주진모, 송영창, 김상호 3명의 배우는 이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조연들입니다. 이야기 전개에서도 그렇지만 이들이 주는 웃음은 영화 전반을 코믹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세 배우 모두 다른 수많은 영화에서 각각 나름의 내공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이라 아주 자연스럽게 모자란 신선으로 ㅋㅋㅋ..


다음은 역시 말이 필요없는 조연전문 유해진입니다. 물론 '트럭'이나 '이장과 군수'에서 주연급 연기를 펼치기도 했으나 역시 유해진의 진가는 조연 연기에서 빛을 발하지 않나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개, 말, 사람을 넘나드는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해내며 코믹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위 세 배우와 마찬가지로 최동훈 감독과는 인연이 많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역시 특별출연인 염정아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며 최동훈 사단으로서 충분한 파워를 보여주구요. 최근 나이공개로 더 유명해졌습니다만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봤던 선우선도 요괴역으로 출연합니다. 뭐 사실 대사도 별루 없지만 나름 액션신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더군요. 

배우들을 하나씩 짚어보다 보니 글이 벌써 이만큼이나 길어졌는데요. 스토리는 일단 영화를 보실분들을 위해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보기엔 최동훈 감독 특유의 짜임새있는 구성이 전작들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꽤 발휘된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일반적 스릴러나 범죄물이 아닌 상상력과 액션이 주가되는 영화에서 똑같은 수준의 구성을 기대하는 건 조금 욕심이 아닐까 합니다. 


아쉽지만 만족스런 액션

그리고 조금은 허전한 액션에 대해서도 말이 좀 있는 것 같던데요. 제가 보기에도 솔직히 최근 개봉한 아바타를 비롯해 헐리웃 액션과는 비교가 안되는게 맞습니다. CG가 들어간 장면에서도 사실 좀 엉성해 보이는 장면들이 있더군요. 특히 요괴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의 경우 다른 화면과의 이질감이라든지 그 디자인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투입된 예산도 그렇고 와이어 액션의 자연스러움을 생각하면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유치해 보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요. 제 생각엔 이런 장르의 영화가 몇편만 성공을 해도 훨씬 멋진 비쥬얼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바로 시리즈로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영화 리뷰를 쓰신 분들 상당수가 같은 의견이던데요. 최근 방영한 드라마 '아이리스'도 시즌2를 만든다는데 '전우치'같은 영화는 얼마든지 속편 준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흥행몰이가 좀더 이어진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요. 
워낙 성공하는 속편을 보기 힘든 우리나라 영화계지만 제가 늘 기다리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 속편과 더불어 꼭 현실화 됐으면 하는 전혀 근거없는 기대를 해봅니다...ㅎㅎ..

"이제 좀 변해 볼까~~" 

라며 씩 웃는 전우치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네요. 



 ☜ 제 글을 편하게 보시고 싶으신분은 여기를 눌러 구독해주세요
더불어 글에 공감하셨다면 아래 손등모양 꾹 눌러서 추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