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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돌아봤을때 참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가 독서량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 입니다. 변명꺼리야 찾으면 없지도 않겠지만(^^) 어쨌거나 한해 동안 읽은 책이 정확히 꼽아 보지는 않았으나 몇 권 안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실컷 돈들여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도 여러권 있는 것 같네요. 

새해에는 좀더 열심히 읽을 것을 다짐하면서 읽고 싶은 책들을 정리해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최근 읽은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q84], 뭐 사실 말이 필요없는 책이죠. 지난 8월 출간 된 이후 줄곳 베스트셀러 1, 2위를 하나의 소설이 차지하고 있으니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물론이고 가장 많은 분들이 이미 읽은 책일 것입니다. 이 와중에 꼭 내가 또 이렇게 읽은 티를 내야 하나 싶긴 합니다. ^^

그렇지만 구입 당시 전 사실 단순히 무라카미 하루키 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샀던 거 같습니다. [상실의 시대] 이후 참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책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솔직히 양장본에다가 독특한 제목은 그 겉모습만으로도 어느 정도 욕심을 부리게 하더군요. 나름 소장가치도 있을 것 같구요. 미리 밝혀두지만 그렇다고 제가 하루키의 열혈팬은 아닙니다. [상실의 시대] 같은 경우도 인상적이긴 했으나 읽은지 오래된 지금 그리 강렬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그의 문장력이 여운으로 남아있긴 합니다.

일단 두 권짜리 두툼한 책임에도 단숨에 읽어버릴 만한 상당한 집중력을 가지게 하는 흡입력 있는 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특히 1권을 다 읽은 후 2권을 주문해서 도착할때까지 제법 조바심이 날 정도 였습니다.

알려져 있듯이 하루키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구성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12음계를 균등하게 사용한 48곡을 1권과 2권에 절반씩 배치한 곡처럼, 이 소설도 1권 24장과 2권 2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처럼, 흐름을 가지고 때로는 유유자적하며 때로는 아주 빠른 속도감있는 운율을 따르듯, 독자들의 시선을 마치 고삐처럼 움켜쥐고 자유자재로 끌고 다닙니다. 어쩌면 이것이 하루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스타일리쉬한 여자 암살자와 작가 지망생인 학원강사가 펼치는 이야기는 일단 지고 지순한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서로 사랑을 이루기는 커녕 어린시절의 기억이후 제대로된 만남조차 가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입니다. 이들은 이 어린시절의 인연을 가진채 20여년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두 사람은 각각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일에 말려들어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달려갑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인생을 뒤 엎을 만한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찾아갑니다.

하루키는 소설속에서 갖가지 은유와 상징을 사용합니다. 리틀피플, 두번째 달, 공기번데기, ....
다 읽은 지금도 온전히 그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두 사람이 겪는 일련의 상황은 단순한 스릴러 같은 수수께끼 풀기가 아니라 환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상상과 숨김의 세계,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입니다. SF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상당한 상상력의 경지를 보여주며 환상속에 있는 듯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소설속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에 "설명을 듣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을 들어도 모른다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이말 그대로 사실 소설은 그리 친절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2권을 모두 읽은 지금도 풀지 못하고 머리속에 이건 뭐지 하고 남아있는 실타래가 가득합니다. 책을 덮은 독자를 여전히 궁금하게 하는 것, 이 또한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루키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옴진리교가 연상되는 집단과 그 출발입니다. 옛 일본 극 좌파로 여겨지는 이들이 학생운동에서 활발히 자신을 불사르던 그 시절, 그들에게는 이상향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결국 세상속에서 하나의 세력, 대중의 지지속에 성장하지 못하고 그들끼리의 실험적 공동체,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합니다. 실제로 1960~70년대 일본의 많은 좌파적 지식인들이 이런 시도를 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의 일본을 떠올리면 참 어울리지 않지만 소설이 그리는 이들의 모습은 환상보다는 역사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소설 [1Q84]는 아주 세밀한 역사적 분위기와 상상력 가득한 환상의 공간을 잘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어쩌면 쉽지 않았던 지난 시간, 개인의 역사를 현재의 환상의 공간, 두개의 달이 뜨는 공간까지 잘 끌고 오는 것이죠.

이 글을 쓰기 위해 몇가지 검색을 해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요. 하루키는 지금 이시간 1Q84 3권 을 열심히 집필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1권을 읽은 후 2권에 대한 조바심이 일었다면 2권을 읽고는 뭔가 허전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완결되지 않은 듯한 이야기 갈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3부에 대한 계획을 세웠던건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작가 본인도 못다한 이야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책이 나온다는 내년 여름을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아직까지 본격적이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의 재미를, 다시금 예전 그 느낌을 조금 살려낸거 같아 또한 기쁘기도 한데요. 책 제목의 모티브가 되는 조지오웰의 1984와 상실의 시대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하는군요.
요즘 책이 좀 멀어졌다 싶은 분이 계시면 일단 한번 잡아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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